“전봇대를 뽑은 도시”… 자연으로 치유도시를 설계한 순천
전봇대 철거·국가해양정원·치유관광… 순천의 2025년 변화
입력 : 2025. 12. 17(수) 11:21
자연으로 치유도시를 설계한 순천
[시사토픽뉴스]해 질 무렵, 순천만 습지 위로 흑두루미가 천천히 날아오른다.

강가를 걷는 시민들, 반려견과 산책하는 가족, 여행객들이 겹쳐지며 만들어내는 풍경은 이제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지금 순천의 일상이 됐다.

순천시는 올해, 관광을 ‘볼거리’가 아니라 사람의 삶과 도시의 방향을 바꾸는 정책으로 끌어올렸다.

자연을 지키는 선택이 도시의 경쟁력이 되고, 치유가 도시 전략으로 자리 잡으며 여행의 방식이 도시 전체로 확장된 한 해였다.

2025년 순천의 관광정책은 단기 방문객 증가가 아니라, 자연·치유·일상이 흐르는 도시 구조로의 전환을 본격화했다.

▶ 보전이 전략이 되는 도시… 자연을 지키는 방식이 도시 경쟁력

순천 관광은 개발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시민과 함께 지켜낸 자연 위에서 자라난 산업이다.

흑두루미의 안전한 비행을 위해 전봇대를 철거하고, 습지를 보전하며, 농경지 이용 방식까지 바꿔온 순천의 선택은 이제 도시를 대표하는 정책이자 관광 브랜드가 됐다.

순천시는 2009년부터 흑두루미 주요 이동 경로를 중심으로 전봇대를 단계적으로 철거하며 생태계 훼손 최소화 정책을 이어오고 있다.

자연을 지키기 위해 전봇대를 뽑고 도시계획의 구조를 바꾼 정책은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자연을 지키는 방식 자체가 도시의 경쟁력이 되는 모델’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순천은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 순천만 국가해양생태공원, 세계자연유산이라는 독보적인 생태 자산을 동시에 갖춘 도시로 성장했다. 순천은 보존이 곧 도시 경쟁력이 되는 모델을 만들고 있다.

▶ 도시 전체를 잇는 ‘치유’ 전략… 순천 관광산업의 대전환

2025년 순천이 말하는 주목할 점은 ‘치유관광’이다. 순천은 갯벌·정원·강·숲·사찰 등 자연 기반 자원을 하나의 축으로 묶어, 특정 시설 중심이 아닌 도시 전체를 치유 공간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본격화했다.

그 중심에 ‘갯벌치유관광플랫폼’이 있다. 순천만의 자연치유자원으로 국가정원·동천·산림 등 도시 전반의 치유 콘텐츠를 연결하는 핵심 거점으로 조성되고 있다.

순천의 치유 전략은 단일 시설을 넘어서 숙박·미식·걷기·명상·문화 경험을 도시 생활권과 연결하는 도시형 치유 산업 구조로 확장되고 있다.

순천의 치유·건강 중심 도시 전략은 객관적인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순천시는 최근 공개된 ‘한국 건강지수(Korea Health Index)’에서 전국 252개 기초자치단체 중 14위, 호남권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자연 보전, 생활 건강 인프라 확충, 시민 삶의 질 개선 노력이 수치로 입증된 사례로 평가된다.

▶ 미식·축제·반려동물까지… 여행이 도시 일상으로 스며들다

2025년 순천의 여행은 더 이상 특정 관광지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 전반으로 자연스럽게 확산됐다.

미식주간과 미식대첩은 ‘맛으로 기억되는 도시’ 이미지를 강화했고, 비어페스타와 푸드앤아트페스티벌은 원도심 상권과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었다.

반려동물 동반 관광인 ‘댕댕트레인’과 ‘댕댕순천’은 순천을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하기 좋은 도시’로 바꿔놓았다.

남파랑길 씨워킹, 사운드 순천, 흑두루미 탐조여행, 동천 수변 산책, 국가정원 치유 산책 프로그램 등은 자연을 기반으로 한 치유형 여행을 일상 속 풍경으로 끌어들였다.

▶ 국제 생태도시, 일류시민이 만드는 지역관광생태계

2025년 순천은 국내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가입하며 ‘국제 생태도시’로 공식 진입했다.

동시에 마을호스트·상인·문화관광해설사·주민이 직접 여행의 주체가 되는 시민 참여형 로컬관광 구조도 본격화됐다.

순천의 관광은 이제 관광객만의 것이 아니라, 시민의 삶과 함께 움직이는 도시 일상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 오래 머무르는 치유도시 순천으로 향하다

2025년의 변화는 완성된 결론이 아니라, 순천이 앞으로 어떤 도시를 지향하는지 보여주는 명확한 출발점이다.

순천시는 치유형·자연형·체류형 관광을 축으로 삼아, 단순히 찾아오는 도시를 넘어 머물며 회복하고 다시 돌아오는 도시로의 전환을 이어갈 계획이다.

관광은 이제 일회성 소비가 아니라 자연·삶·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미래 전략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 관계자는 “순천은 자연을 지켜서 여기까지 왔다”며 “이제는 그 자연이 사람을 치유하고, 도시의 미래를 이끄는 기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치유는 특정 시설 하나로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삶의 방식”이라며, “순천은 앞으로도 자연과 사람이 함께 회복하며 성장하는 도시로 나아가겠다”고 전했다.

최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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